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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준비, 전기 때는 공장이 40년 그대로였던 이유

쓸 만한 공장을 버리는 것이 손해라, 다시 짓는 것이 이득이 될 때까지 기다린 것입니다

무슨 일
전기가 들어오고도 공장들은 천장에서 돌아가는 축을 그대로 뒀습니다.
확인된 것
1990년 경제사 논문은 원인을 「아직 쓸 만한 공장을 버리는 손해」로 짚었습니다.
왜 중요한가
무엇에 대고 잴지 안 정해 두면 같은 숫자로 정반대 결론에 갑니다.
오늘 할 일
AI 값이 내렸다는 기사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잰 값인지 찾습니다.

기회는 준비된 눈에만 기회로 보이기 때문에, 저는 맞히는 대신 계산이 뒤집히는 조건을 알아볼 준비를 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1편에서는 전기가 공장을 바꾸는 데 40년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2편에서는 전문가들조차 저마다 다른 잣대로 다른 시계를 보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언제일지는 못 맞히고, 어디쯤인지는 답이 갈립니다. 그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까요. 하나 있습니다. 그때가 왔을 때 알아보는 것.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전기 때 갈린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1. 전기가 왔을 때 대부분의 공장은 증기기관 자리에 모터만 갖다 놓았습니다 — 아직 쓸 만한 공장을 허무는 게 그때는 계산상 손해였기 때문입니다
  2. AI가 같은 성능을 얻는 값은 해마다 5~10배 낮아졌는데, 그때그때 가장 앞선 모델을 돌리는 값은 3~18배 높아졌습니다 — 같은 논문에 나란히 적힌, 같은 기간의 이야기입니다
  3. 그래서 저는 언제 오느냐를 맞히는 대신, 계산이 뒤집히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추적해 보려 합니다

그들은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계산이 맞았을 뿐입니다

1편에서 이런 공장 이야기를 했습니다. 천장에 쇠막대가 하나 돌고 벨트가 기계마다 내려오던 공장. 전기가 나오자 다들 증기기관 자리에 전기모터를 갖다 놓고 천장 막대는 그대로 뒀습니다.

그들이 둔했던 게 아닙니다. 아직 멀쩡히 돌아가는 공장을 버리고 새로 짓는 게 수지가 안 맞았다는 것1. 그때에는 옳은 계산이었습니다.

그림 1 — 아직 멀쩡히 돌아가는 공장 안에서, 창밖에는 새 공장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림 1 — 아직 멀쩡히 돌아가는 공장 안에서, 창밖에는 새 공장이 올라가고 있습니다AI 생성 이미지 · P3T

문제는 그 계산이 영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언젠가 뒤집히는데, 언제 뒤집히는지는 달력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뒤집혔습니다. 전기 요금이 내려갔고, 공장 건물이 낡았고, 도심에 있던 옛 공장은 그 자리가 공장 자리로 더는 적합하지 않게 됐고, 투자 붐이 왔습니다2.

그림 2 — 다시 지은 공장입니다. 천장에 축이 없고 기계마다 모터가 따로 달렸습니다
그림 2 — 다시 지은 공장입니다. 천장에 축이 없고 기계마다 모터가 따로 달렸습니다AI 생성 이미지 · P3T

전기 요금 이야기는 한 번 더 볼 만합니다. 원저자는 값이 내려갔다고 쓰지 않았습니다. 물가에 견주어 내려갔다고 썼습니다3. 그냥 싸진 게 아니라 다른 것들에 비해 싸졌다는 뜻이고, 그 차이가 판단을 갈랐습니다.

이때 먼저 움직인 곳은 미래를 맞추거나 달력을 본 게 아니라 계산을 다시 해 본 겁니다. 그 계산이 언제 뒤집히는지를 보고 있었느냐 아니냐가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타이밍을 갈랐습니다.

준비가 없으면 눈앞의 숫자도 반대로 읽힙니다

지금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MIT FutureTech 연구진이 2024년 4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AI들의 모델별 가격과 시험 결과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같은 수준의 성능을 얻는 값은 해마다 5배에서 10배씩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가장 앞선 모델을 돌리는 값은 해마다 3배에서 18배씩 높아졌습니다. 토큰당 값은 내렸지만, 성능의 맨 앞에 선 모델일수록 덩치가 크고 답 하나에 훨씬 많은 연산을 썼기 때문입니다.

이 둘은 제가 두 자료에서 각각 가져온 게 아닙니다. 하나의 논문에 나란히 붙어 있는 문장입니다4

"같은 성능을 얻는 값은 해마다 5~10배씩 떨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앞선 모델을 돌리는 값은 해마다 3~18배씩 오르고 있다."

저자가 두 문장을 「그러나 동시에(However, at the same time)」로 직접 이어 놓았습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게 아니라, 같은 기간에 둘 다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한 문장만 떼어 오면 「AI가 싸지고 있다」가 되고, 다른 문장만 떼어 오면 「비싸지고 있다」가 됩니다. 둘 다 같은 논문에 있고, 둘 다 맞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잡았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기준을 바꾸면 숫자가 갈리는 건 이 논문 밖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의 성능과 비용을 추적해 공개하는 연구 기관 에포크 AI(Epoch AI)는 고정된 성능을 얻는 값의 하락 속도가 어느 성능을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연 9배에서 900배까지 갈린다고 집계했습니다5. 그래도 방향은 한쪽입니다. 에포크 AI는 GPT-4 수준을 얻는 값이 해마다 40배씩 떨어졌다고 봤고, 스탠퍼드 AI Index는 GPT-3.5 수준의 추론 비용이 2022년 11월과 2024년 10월 사이 280배 넘게 내렸다고 적었습니다6.

이게 준비가 없을 때 겪게 될 실제 모습일 겁니다. 자료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자료는 넘치는데 무엇에 대고 잴지를 안 정해 둬서, 같은 숫자를 보고도 정반대 결론으로 갑니다. 백 년 전 원저자가 「물가에 견주어」라고 적어 둔 게 바로 이걸 피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살펴나가기로 했습니다

무엇을 볼지 목록으로 못 박지는 않겠습니다. 전기 때 조건이 넷(전기 요금, 낡아진 공장, 부지 적합도 그리고 투자 붐)이었다고 해서 AI도 넷일 리 없고, 목록을 정해 두면 목록 밖의 것을 못 보게 됩니다.

대신 이런 질문들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지금도 다시 짓는 게 손해인가, 아니면 계산이 뒤집혔는가. AI를 이끄는 리더들이 하는 말도, 돈이 흘러가는 방향도, 새로 나오는 것들도, 규칙이 바뀌는 것도 그 물음에 걸어 보겠습니다.

기회는 준비된 눈에만 기회로 보입니다. 저는 맞히려 하기보다는 그 질문들을 통해서 그때가 왔을 때 알아볼 준비를 해 나가겠습니다.

다음 글

프롤로그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글부터는 실제로 살펴본 것들을 하나씩 올리겠습니다.

출처

각주 6개

본문의 각주 번호는 아래 항목과 1:1 로 대응합니다. 정량 주장은 가능한 경우 둘 이상의 출처로 대조했고, 인용문은 원문에서 직접 확인한 것만 실었습니다.

  1. David 1990 논문은 지연의 원인을 「아직 쓸 만한 공장을 교체하는 것의 비수익성」으로 지목했다The proximate source of the delay ... was, in large part, the slow pace of factory electrification. The latter, in turn, was attributable to the unprofitability of replacing still serviceable manufacturing plants embodying production technologies adapted to the old regimehttps://gwern.net/doc/economics/automation/1990-david.pdf확인 2026-08-25
    ↩
  2. David 1990 논문은 1920년대에 온 조건을 셋으로 적었다 — 공장 건물의 물리적 감가, 도심 옛 공장의 입지 진부화, 투자 붐More widespread opportunities to embody best-practice manufacturing applications of electric power awaited the further physical depreciation of durable factory structures, the locational obsolescence of older-vintage industrial plants sited in urban core areas, and, ultimately, the development of a general fixed capital formation boom in the expansionary macroeconomic climate of the 1920s.https://gwern.net/doc/economics/automation/1990-david.pdf확인 2026-08-25
    ↩
  3. David 1990 논문은 전기 요금이 1914~1917년에 「일반 물가 대비」 내려갔다고 적었다 — 절대값이 아니다did not acquire real momentum in the United States until after 1914-17, when regulated regional utility rates for electricity were lowered substantially in relationship to the general price levelhttps://gwern.net/doc/economics/automation/1990-david.pdf확인 2026-08-25
    ↩
  4. arXiv 2511.23455 는 2024-04~2025-11 데이터로, **같은 벤치마크 성능 수준을 얻는 데 드는 비용**이 연 5~10배 떨어진 반면 **그때그때 최고 성능 모델을 돌리는 비용**은 연 3~18배 올랐다고 보고했다 — 오른 원인은 단가가 아니라 모델 크기와 추론 토큰 수다. 저자 4인(Gundlach·Lynch·Mertens·Thompson)은 MIT FutureTech 소속 연구자로 등재돼 있다 — https://futuretech.mit.edu/research · 확인 2026-08-26. ⚠️ 다만 그 페이지의 논문 제목은 「…Algorithmic Efficiency and the Falling Cost of AI Inference」로 arXiv 제목과 다르다 (개정 전후이거나 자매 논문)We find that the price for a given level of benchmark performance has decreased remarkably fast, around 5x to 10x per year ... However, at the same time, the price of running frontier models is rising between 3x to 18x per year due to bigger models and larger reasoning demands.https://arxiv.org/abs/2511.23455확인 2026-08-25
    ↩
  5. Epoch AI 는 고정 성능 기준 추론 가격의 하락 속도가 과제에 따라 연 9배에서 900배까지 갈린다고 적었다The rate of decline varies dramatically depending on the performance milestone, ranging from 9x to 900x per year.https://epoch.ai/data-insights/llm-inference-price-trends확인 2026-08-31
    ↩
  6. 고정된 성능 수준을 얻는 데 드는 LLM 추론 비용은 해마다 여러 배씩 떨어졌다the price to achieve GPT-4's performance on a set of PhD-level science questions fell by 40x per yearhttps://epoch.ai/data-insights/llm-inference-price-trends확인 2026-08-31the inference cost for a system performing at the level of GPT-3.5 dropped over 280-fold between November 2022 and October 2024https://hai.stanford.edu/ai-index/2025-ai-index-report확인 2026-08-31
    ↩

이어지는 것